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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디세이를 보다

개요

  • 뭔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지난주 주말 무작정 영화를 봤다.
  • 인터넷에 오디세이 평이 너무 좋아서 보게된것 같다 잘은 기억 안나지만
  • 영화는 사실 내가 아는 오디세이아 그 자체였다.
  • 한국인들은 다 그렇겠지만 홍은영의 그리스로마신화로 인해 트로이 전쟁과 오디세우스 이야기가 너무나 익숙하다.
  • 영화관에 가기 전까지 그냥 영화 퀄리티가 미쳤다는 말 말고는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봤다.

상세

  • 영화 내용은 다들 아는 그 내용이다.
  • 트로이전쟁이 끝나고 오디세우스가 집에 가기 전까지 여러 시련을 겪고, 집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해피엔딩
    • 그리스 로마 신화는 사실 비극으로 끝나는 일이 많은데 오디세이는 아니라서 좋다.
  • 그러나 영화는 묘하게 오디세이아 원전을 따르기도 안따르기도 하면서 영화스럽게 잘 만들었다.
  • 우선 가장 인상깊은 인물은 아가멤논이.
    • 갑옷이 다스베이더 그 자체이다.
    • 영화에서 출연장면의 절반은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서있는데 간지가 뿜어져나온다.
      • 아쉽게도 그가 입을 여는순간 간지가 30%정도 줄어들긴 했다.
        • 차라리 목소리도 합성을 하던가해서 무게감있게 바꾸지 참..
    • 아가멤논과 트로이 병사들이 나오는장면은 정말 감독의 연출력에 감사를 보내고싶을 정도였다.
  • 그리고 그 다음은 페넬로페이다.
    • 뭔가 영화 특성상 여장부 느낌을 내려고 한 것 같은데 앤 해서웨이라서 그냥 예뻤다.
      • 그러나 오디세우스 못지않게 고생하면서 열연한게 느껴졌다.
      • 영화 내내 왜 텔레마코스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는것인지 이해가 안됐다.
        • 하지만 후반부에 '내가 원하는건 오디세우스다'라고 절규하는 장면을 보니 이해가 갔다.
        •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가 죽은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.
          • 사실 페넬로페는 어느정도 재혼하려고 생각한 것을 보면 그렇다.
        • 여인의 몸으로 홀로 왕위를 20년을 지키는 여장부지만 결국 그녀가 원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점이 현대적이면서 영화스럽게 느껴졌다.
  • 그래서 결국 오디세우스는 3순위다.
    • 물론 멧 데이먼의 연기는 좋았다.
    • 그러나 원전 특성상 오디세우스의 고생과 신비로운 모험은 흥미로웠지만 오디세우스라는 인물 자체에는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. 끊임없는 시련, 돌파, 시련, 돌파의 반복이라서일까
  • 모든 서사가 끝나고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, 뭔가 교훈스러운 내용을 몰아치듯이 관객들에게 때려박는것은 살짝 아쉬웠다.
    • 물론 메세지 자체는 훌륭하고 또, 납득됐다.
      • 보면서 느낀 감독의 메세지들을 정리하자면
        • 전쟁 범죄에 대한 고찰과 형벌을 받아들이는 지휘관
          • 작중에서 몇번이고 반복된다. 전쟁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의지와 관련없이 피해를 봤는지. 영웅담은 늘 그렇듯 이들을 살펴보지 않는다.
          • 유일하게 작중에서 오디세우스만이 이에 대해 사죄하고 스스로 형벌을 받는다.
        • 청동기 문명의 종말과 철기시대의 도래
          • 마찬가지로 작중에서 트로이의 멸망은 청동기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나온다.
          • 한 시대의 종말을 바라보는 오디세우스의 착잡함을 솔직히 나도 조금 느낀다.
            • 완전 같지는 않겠지만 나도 요즘 개발자의 종말을 느끼는 것 같다.
            • 낭만의 손코딩 시대를 지나 아예 AI가 나타났고, 이제는 AI 없이 개발할 수 없는 시대.. 뭔가 과거에 남겨진 인물이 되기 싫어 모두가 발버둥치는게 멸망하는 트로이에서 고군분투하는 것 같았다.
  • 긴 러닝타임과 영화 끝까지 완성도를 잃지 않은 영화였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도 있긴 했다.
    • 인터넷에는 헬레네 외모에 대한 말이 많았는데 솔직히 나는 별로 관심 없었다.
      • 오히려 흉터있고 아름답지 않은 헬레네가 더 명분없는 전쟁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.
    • 놀란 특유의 허접한 전투씬도 말이 많더라
      • 솔직히 초중반에는 크게 어색하지 않았고, 그나마 후반부 오디세우스의 귀환 후 무쌍 장면에서 살짝 아쉬움이 있었다.
        • 혼자서 수십명의 구혼자들을 썰어버리는 장면은 마치 어쌔신크리드마냥 수십명이 한번씩 태그매치하는 것 처럼 어색했다.
        • 다만 원작에서도 수십명을 썰어버리는 장면이 나오긴 했고, 어쨌든 장면 그 자체보다는 구혼자들의 비참한 말로를 보여주는 사이다가 목적이었으니 난 좋았다.
    • 압도적인 러닝타임이 솔직히 나는 좋았다.
      • 아바타를 봤을때도 느꼈지만 나는 어떻게든 러닝타임 안에 수습하려고 내용을 칼질하고 몇몇 장면을 '용인 가능한' 수준까지 생략하는게 마음에 안들었는데, 오디세이는 이런게 없어서 좋았다.
  • 결과적으로 느낀점
    • 사실 영화를 보면서 뭘 느끼고, 반성, 회고할만큼 정신이 여유롭지는 않다.
      • 바쁘다기보다는 그렇게까지 깊게 고찰하는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는 의미다.
    • 다만 영화를 경험한다는 관점에서 아름다운 비주얼과 몇가지 메세지,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던 생생한 감정들은 조금이나마 내 삶을 풍요롭게 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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